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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그램, 조인트, 자위

5_projected+facade.jpg

멀리 두바이에서 모르는 분들의 인스타 러브까지 받았으나 실제론 여지 없이 떨어진 두바이 엑스포 설계공모. 나의 프로젝에 대한 애정의 깊이 또는 감정과 관계없이, 어쨋든 이 제안은 오랫동안 고민한 디자인 방법론과 축적된 훈련의 결과에서 나온 설계안이고 그래서 디자이너인 두 소장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음은 당연하거니와, 결과로 나온 디자인은 ‘과하면 어때’의 기조아래 이용주소장과 끊임없는 대화의 결과물이었음은 물론이므로 소장들 이하 인턴, 직원님들의 피땀이 어린 결과물을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1도 없다. (특히 공모전 마감이 몰려 고생하던 직원님들에게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래도 떨어진 공모전이니 만큼 리뷰하고 정리해야 뭐가 남을것 같아 다시한번 부끄러움을 뒤로하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무엇을 시도했었고 어떻게 실패했는지 기록으로 남겨 볼까 한다.

여지없이 실패한 다이어그램

일단 디자인은 논외로 하고 (떨어졌쟈나요) 컨셉이나 디자인 방법론도 최대한 피해가려고 한다. (떨어졌으니까요) 그렇지만 공모전 준비기간을 기억해보면 이런(?) 프로젝의 디자인 방법론을 글로 적는건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사실, 감히 이런 디자인을 맘대로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인데, 변태같지만 그부분에서 확실히 카타르시스가 있었고, 생각보단 단순하지만 지극히 이론적이고,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며, 현학적이기까지한 내용을 어떻게 심사위원에게 전달하느냐를 다시한번 고민하는 단계는 즐겁기 그지 없었다. 물론 결론은 다이어그램이었고, 그래서 그 결과는 여지없는 실패였다고 할 수 있다.

다이어그램을 (참) 많이 그려왔다고 자부하는 나의 커리어를 통해서 항상 느끼는 거지만 새로운(?) 다이어그램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보통 전달하려는 뻔한 내용은 뻔한 다이어그램을 통해 전달할때 그 내용이 가장 확실히 전달된다. 뻔한 내용을 전달할 때 새로운 방법의 다이어그램을 만들려고 시도하면 그냥 스타일이 달라질 뿐 뭔가 새로운 형태의 다이어그램을 만드는데는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새로운 시도는 전달의 미디엄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해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일반적으로는 읽으려는 사람의 마음의 준비도 안돼있을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는게 녹록한 일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왜 다른 종류의(새로운) 다이어그램을 만들려고 하는가. 보지 못한 종류의 다이어그램을 만드는게 목표인가 아니면 기존의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컨셉, 내용, 건축언어를 만드는게 (그래서 그 다이어그램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목표인가. 그러니까 중요한건 미디엄이 아니라 전달하려는 생각이고 내용 아니겠니? 라고 물어보신다면. 뭐, 물론 그게 중요하죠.

 
181122 설계도판 FINAL FINAL-2.jpg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가 일종의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것이었다면, 정의하기 힘든 모호하고 두터운 경계와 두터운 경계가 정의해주는 프로그램, 끊임없이 변화하는 뷰와 그것이 만들어주는 역동적인, 그 어떤,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우리는 세가지 다른 좌표계를 도입했다. 기존의 직각 좌표계가 세개의 축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이 좌표계를 xy 방향으로 한번 돌린 좌표계(+2) 와 그걸 다시 yz 방향으로 다시 돌린 좌표계(+3)를 가지고 있으니 8개의 축이 있는 좌표계를 통해서 디자인을 시도하려했다고 하면 그나마 맞는 표현이려나. 거기에다가 유니버설 조인트에 simulcasting exhibition curating 까지 한방에 하나의 드로잉에 표현하려 했으니 사실 다이어그램으로 이 모든 것들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실패하는건 당연하지 싶다. 아, 여기에 두바이와 한국의 중요지점을 AR로 연결하는 simulcasting pavilion system 까지 표현하려 했다. 파빌리온이 텍토닉도 보여주니까. 요약하자면, 전달하려는 대상은 모호하고, 결과물의 복잡도는 의도적으로 부풀려져 있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고. 이것들을 최소한의 텍스트와 단 한장의 그림으로 전달하려는 시도 자체가 그닥 될성 싶어 보이지가 않는다.

아, 난 공모전 당시 이걸 몰랐을까?

그럴리가.

유니버설 조인트

여튼 저 이상한 좌표계를 가지고 나온 요상한(?) 디자인(실재 우리 공모전 제목이 ‘elusive boundary’, ‘실체를 알기 힘든 경계’ 였으니, 요상하게 봐주셨음 성공일지도 모르겠다)을 실재화하기 위해서는 평범할리 없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세번의 회전과 세번의 쉬프트에 대응하는 시스템이니 실제로 유니버설할 리 없지만 유니버설 조인트라고 내부적으로 칭한 커넥션(또는 조인트들의 덩어리, 조합)의 개발이 절실했다. 형태는 이미 탄생했고, 우리가 (두 소장이) 텍토닉이라고 즐겨 부르는 축조술이 뒷받침할 수 있어야 만들수 있을테니 말이다. 커스터마이제이션이 디자인 철학이었던 회사에 나름 오래 다녔던 내가 디자인을 시작했고. 공간에서의 위치, 방향, 확장성을 염려에 두고 어렵지 않게 조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니버설(?) 조인트 기본 유닛

유니버설(?) 조인트 기본 유닛

유니버설 조인트를 설계하는 일은 한편으로 이 프로젝의 핵심에 가까운 작업이다. 이 발칙한 디자인이 단지 그림이 아니고 건축물임을 증명할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무기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실 구조적 조인트를 디자인해 본 경험이 좀 있어서 디자인을 풀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으나, 존재하지도 않는 버젯에 구속당하는 듯한, 역시 elusive 한 한계와 계속 싸워야만 했다. 뭐, 고백하자면 필요한 모든 세트를 다 디자인하게된 시점은 공모전이 끝난 후였고 심사위원님들이 우리 작업을 어디까지 읽어 주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끝에 끝까지 보셨다면 미완을 눈치 채셨을수도 있고. 원래 컴페티션은 ‘궁금하면 500원’이니, 미완으로 떠나보내는게 정상일수도 있겠다.

유니버설 조인트로 만들어진 기본 설계 유닛

유니버설 조인트로 만들어진 기본 설계 유닛

확장된 설계 유닛

확장된 설계 유닛

공간을 만들며 연결되는 곳에서의 확장

공간을 만들며 연결되는 곳에서의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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